나만의 색깔

2009. 10. 6. 01:07daily


2009, 합정동

 

1.
내 사진을 보면 뭔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나만의 색깔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이 만드는 예술이니 당연히 찍은 사람의 개성이 나타나는게 정상이겠지만, 그렇다면 나만의 색깔이라는건 대체 어떤건지 궁금해졌다. 남들이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특징인데 정작 본인은 모르는 그 특징.

생각해보면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같은 질문을 했던것같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고. 니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인간이냐고. 늘 그렇게 물어봤지만, 그래서 여러가지 대답을 들었지만 한번도 속시원한 대답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건 결국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남들에게 의견을 구할 시간보다 몇배 더 많은 시간을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데 들여야 하는데 그저 남들의 말에만 귀를 기울였으니 남들의 조언이 내게 거름이 되기보다는 그냥 남들의 단순한 의견으로 끝나버렸을지도

사진을 좀 더 잘 찍고 싶어졌다. 나를 확연히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남에게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2.
남들보다 이틀 더 연휴를 보내고 있다. 2학기에 유일한 긴 휴일. 중간고사에 이어 남들 다 출근하는 월-화요일에도 나는야 룰루 놀고 있다. 그러니 지금 1시 16분에도 이렇게 캔 맥주 한 캔을 앞에 두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겠지

요즘에는 술을 마실 일이 점점 더 줄어들어 주량도 같이 줄어들고 있다. 500짜리 캔맥주 한 캔이면 적당히 얼큰해질 수 있는 주량이다. 술이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거라면 그 목적에 참 적절한 주량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서 맥주를 마시니 더 금방 취하는것같아서 조만간 술자리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친님께서도 요즘에는 술자리를 조심하는 분위기라서 술을 마실 사람이 주위에 없다. 누구 나와 술자리를 가져주오. 진탕 마시고 달려볼 사람은 내게 연락을 주오.


3.
점점 비싼 몸이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참 싸고 편한 몸이었다. 잠을 하루에 두세시간 자도 일상생활- 심지어 매일매일 9시에 출근해서 야근하고 퇴근하는 IT 직장생활에도 무리가 없었고, 싸구려 음식만 먹고 다녀도 상관없고, 한겨울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도 별 문제가 없는 싸고 편한 몸뚱아리. 근데 이놈의 몸뚱아리가 이제는 변해버렸다. 예전과는 달리 비싸고 까탈스러운 몸이 되어버렸다. 돈이 많이 든다는거지

눈 아래에서 시작된 피부 트러블은 요즘에는 입주변으로 내려왔다. 허옇게 일어나는 이 증상을 두고 누군가는 성인아토피다, 누군가는 그냥 늙어서 그런거다 라고 다른 진단을 내렸다. 증상이 계속된지 한 두달정도는 된것같다. 이 증상때문에 학교에서 한참동안 "피곤해보여. 요즘 무슨 일 있어?" 아니면 "요즘 고생이 많나봐. 몸좀 챙겨" 라는 이야기를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들었다

이제는 거의 친구와 같은 발톱 파고듬, 전문용어로는 내성발톱 증상이 여전하다. 이건 최근 몇년동안 늘 있었던 증상이니까 새롭지도 않다.

제주도 하이킹을 다녀왔을때 무릎에 살짝 무리가 와서 무릎이 시렸다. 4일의 일정중에 이틀을 그렇게 시린 무릎을 가지고 돌아다녔다. 다녀와서 좀 쉬면 나을거라 생각하고 걍 냅뒀는데 최근에 학교에서 농구를 한시간정도 하고, 바로 다음날에 자전거를 두시간정도 타니까 다시 그 무릎이 시큰시큰하다.

가장 결정적으로 비싼 몸이 되었다고 느낀건, 이제 3년째 쓰고 있는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3-4시간정도 돌아다녔는데 집에 오는 길에 삭신이 쑤시더라. 카메라가 살짝 무겁긴 하지만 그렇게 큰 부담을 주는 무게가 아닌데도 딱히 몸에 편하지 않는 크로스백에 무거운 카메라를 넣고 다녀서 그런건지, 아니면 오랫만에 많이 걸어서 그런건지 집에 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아 이노무 몸뚱아리!! 노화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