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

2009. 10. 17. 22:52daily

2009, 목동



오늘 하늘은 참 맑았다. 어젯밤에 그리도 천둥번개가 시끄럽더니, 그 바람속에 같이 따라온 맑고 찬 공기가 하늘을 다 덮어버려서 오늘 낮에는 참 맑고 깨끗하고 그리고 서늘한 하늘이 펼쳐졌다. 이번에 학교 예산으로 구입한 내 평생 처음 쓰는 아빠백통 테스트할겸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하늘을 찍어봤다


어제, 오늘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밥을 사주기로 한 우리반 아이들 두명과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과거 취업시절의 이야기를 자랑삼아 떠들었다. 우리반 아이가 물어봤다. "어떻게 하면 쌤처럼 되요?"

간단한 질문이지만 사실 이 말은 어떻게 하면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고 잘 살 수 있어요? 라는 질문과 같은 질문이다. 이것만 하면 반드시 된다~ 라는 이야기들은 사실 뻥이라는걸 듣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알고 있지 않나.

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겉으로 드러난 포장이나 수식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가치있는 인간이 되도록 자기자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내가 취업에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이유는 남들보다 뛰어난 스펙도 아니고, 뛰어난 언변도 아니고, 그저 회사에서 원하는 실무에 바로 투입이 가능하고 조직생활의 경험이 있는 적절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으니까. 결국 남들도 그렇게 되려면 적어도 나처럼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야하는건데, 그렇다고 남들에게 나랑 똑같이 살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늘은 신종플루가 학교에 퍼져서 1교시후에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집으로 귀가하라는 방송에 좋다고 소리를 지르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성질을 버럭 냈다. 멍청한 놈들이라고. 같은반 친구들이 아프건 말건 자기들 집에 몇시간 일찍 간다고 좋아라하는게 고2수준의 생각이냐고. 허나 어쩌겠나 아이들의 수준은 딱 그정도인걸.


근데 생각해보니 밥먹으면서 지나치게 잘난척하는거나, 아니면 애들한테 성질내면서 너희는 겨우 그정도냐고 성질내는거나 하는 나역시도 이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이 아닌가 싶더라. 차라리 단순하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는게 낫지 않았을까.


며칠전 무릎팍에 나왔던 성유리는 10여년의 연예인생활에서 이제서야 자기의 꿈을 갖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꿈이 있는 인간은 남들에게 뭔가를 전달하고 가르치는데 더 적합하겠지. 나의 꿈은 어디다 뒀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