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우리동네

2009. 10. 31. 01:47photo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산중턱에 있었다. 학교 오른편으로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면 바로 논이 있었고, 학교가 일찍 끝난 토요일 오후에는 학교 뒷산을 따라 잠자리를 잡으러 갔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있는 논바닥에서 돌을 던져 얼음구멍을 만들며 놀곤 했다.

학교뒤가 바로 산이다보니 1년에 두번 가는 소풍은 늘 학교 뒷산으로 갔다. 소풍간다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한손에 들고 학교 뒷산으로 10분정도 걸어가면 산 중턱에 널찍한 공터가 있었고, 학년별,반별로 나눠앉아 도시락을 먹고 학교에서 준비한 행사들을 했었다. 행사라 하면 주로 반별 장기자랑, 같이 온 부모님과 함께하는 이인삼각 달리기나 여타 행사등을 했었다.

그래도 학교가 일말의 양심은 있어서 6년동안 내내 같은 곳을 갈수는 없었기에 5,6학년쯤에는 학교 뒷산은 아니고 학교에서 살짝 떨어져있는 학교근처 산으로 갔다. 내가 사는 역곡은 부천과 서울의 경계에 있는 동네인데, 소풍은 아주 멀고 먼 서울까지 걸어서 갔다! 그래봐야 30~40분정도 전교생이 줄을 지어 걸어가면 나오는 그 동네는 "항동"이라고 부르는 동네였다.

서울이라고 별천지가 펼쳐질리는 없었다. 그저 매일 보던 학교뒷산이 아니고 학교뒷산보다 좀 더 넓은 공터가 있었고,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친구들이랑 같이 줄을 지어 걷던 좋은 느낌이 기억난다.

그리고 항동의 공터에서 했던 여러가지 장난들도 생각난다. 소풍의 필수품인 콜라캔을 터트리기가 제일 기억에 남네. 누군가 흔들어놓은 탄산음료 캔을 따면 음료수가 팍하고 터지는 경험을 해봤을거다. 소풍을 갔으니 뭔가 이벤트가 필요했고, 그래서 콜라를 최대한 열심히 흔든다음 캔을 따는 동시에 캔을 평평하고 넓은 돌에 팍하고 처박으면 그 충격으로 콜라가 수직으로 팍하고 분수처럼 터진다. (터트리고 나서는 잽싸게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안그러면 하늘로 솟구쳤던 콜라가 비가 되어 내려오니까.) 터트리고나서 캔을 확인해보면 1/3정도만 남아있었다. 한놈이 이짓을 시작하면 너도나도 팡팡 터트리면서 사방이 난장판이 되었지


이 항동을 참 오랫만에 다시 가봤다. 이번에는 여친님 손을 꼭 잡고, 이번에 학교에서 새로 구입한 엄마백통을 짋어지고 갔다. 따스한 일요일 오후에 가을햇살이 참 좋았던 오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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