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후....

2010. 1. 14. 21:17good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우리는 또 누구를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될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박찬호의 메이저리그경기를 보면서 메이저리그에 입문했다. 그 이후 매니아까지는 아니어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메이저리그를 지켜보고 있고, 유난히 한국야구가 인기있었던 작년을 제외하면 늘 한국야구보다는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더 많이 두고 있었다.

한국야구의 경우에는 꼴랑 8개의 팀밖에 없는데다 원래 연고주의같은 사고방식이 없는 나는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다. 그냥 그날그날 끌리는 팀을 따라가게 마련. 남들은 응원하는 팀이 없는데 야구보는게 재미있냐고 묻지만 그저 야구가 좋아서 보는거라 특별한 팀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그치만 메이저리그는 좋아하는 팀이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예전 농구대잔치시절 내가 제일 싫어하는 팀은 기아였다. 이유는 하나. 너무 잘해서.
배구에서는 삼성화재를 싫어한다. 이유는 마찬가지. 너무 잘해서.
그러고보니 예전에 야구에서 현대유니콘스를 싫어한적이 있다. 유니콘스의 전성기시절 너무 잘해서.
같은 이유로 뉴욕양키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양키스를 싫어하는건 저런 이유라면 반대로 레드삭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반양키스전선의 선두주자에 선 구단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페드로때문이었다.

지금처럼 메이저리그 중계가 잘 되지 않던 1999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페드로는 선발로 나와 상대팀 올스타 타선의 1,2,3,4번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 소식을 신문기사로 보았는데 기사만으로도 너무 대단해보여서 그 이후 팬이 되어버렸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투수들은 여럿 있다. 그중 내가 직접 봤던 투수중에는 로저 클레멘스, 랜디존슨, 그랙 매덕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있다. 약물때문에 얼룩진 클레멘스는 제외하더라도 다른 투수들은 누가 우월하다 말할 수 없는 정말 레전드급 투수들이다.

이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은 역시 페드로였다. 그냥 생긴것부터 맘에 들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부심에 걸맞는 실력. 그리고 평범하지 않는 괴짜성격까지. (이런 면에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타자인 매니 라미레스랑 비슷하다) 관심가는 투수라 직접 본 경기도 꽤 많고 특히 양키스와의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줬던 여러가지 일화들은 이 인간 참 재미있는 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관련 신문기자중 가장 좋아하는 김형준기자가 쓴 페드로 기사를 보다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저물어가고 있는 테드로의 선수인생. 오늘 전철에서 읽은 책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며 영원하다 생각했던 것들은 하나씩 둘씩 잊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냥 잊는게 아니라 잊혀지는 것을 슬퍼하며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사라지는 것들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건 내 마음속 애도를 위한 작은 끄적임. 굿바이 마이 히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