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후에 남은 것들

2010. 1. 17. 00:47good

2009, 여수


예전 회사 다닐때 친한 형이 내게 붙여준 별명은 "인디언"이었다. 안경 안 쓰고 멀리 있는 것도 잘 보고, 작은 소리도 잘 듣고, 냄새도 잘 맡고, 맛도 잘 보고, 손끝 감각도 예민하고 손도 빨라서 오감이 모두 발달해 있다고 붙여준 별명. 내가 생각하기에도 적당한 별명인것같다.

특히나 냄새, 향기에 예민한 편이라 사람을 기억할때 향기나 냄새로 잘 기억한다. 좋은 것은 향기일테고, 나쁜건 냄새겠지. 그치만 뭔가 향기라고 하면 닭살돋는 관계로 난 향기-냄새 모두 냄새로 통일하기로 한다.


오늘은 오랫만에 정장을 입은 날. 여친님이랑 같이 목동 CBS 웨딩홀 결혼식에 게스트로 참가하고, 차를 몰고 일산으로 가서 무한도전 사진전을 관람하고 쇼핑몰에서 간단하게 쇼핑을 하고, 아이쇼핑을 하고, 뭘 살지를 고민하는 즐거운 시간을 갖고, 다시 우리의 터전 구로로 돌아와 쇼핑을 하려다 실패하고 기다리던 이나영 영화를 보고 집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왔다. 그동안 그리 춥다가 날씨가 풀린다는 소문이 도는 토요일이라 적당히 길은 막혔고, 그래서 생각보다 운전하면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여친님은 내가 옷장에 있던 옷을 입고 나오는 날에는 내 옷에서 기분 좋은 나무옷장 냄새가 난다고 좋아라 한다. "인디언"인 나 역시 여친님 특유의 냄새를 확실히 기억한다. 보통 이런 냄새는 샴푸+평소 쓰는 로션+화장품+사람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냄새의 조합인데 나한테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없이 좋은 냄새.

여친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오는 길. 영화보는 내내 잡고 있던 손에서는 여친님의 냄새가 맴돈다. 영화보면서 얼굴을 기대고 있던 내 어깨에서도 살짝 풍긴다. 굿바이 뽀뽀를 한 입술에는 여친님의 챕스틱 냄새가 맴돈다. 차가 많지 않은 토요일밤에 기분좋은 음악을 들으며 집에 가는 길에 행복한 냄새가 가득한 차안. 즐거운 토요일.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