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2011. 1. 6. 00:47daily

2004, 한양대



집에선 나를 이렇게 부른다.
"징한 인간"

예전에 귀에 작은 사마귀가 하나 났었다. 처음에는 작았는데 조금씩조금씩 커져서 나중에는 사진에도 자세히 보면 보일만큼 커졌다. 가족들은 얼렁 병원 가서 없애라고 없애라고 얘기했는데 걍 냅두면 없어진다고 한 3년정도 버티다가 병원가서 없앴다. 2006년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에 제출한 증명사진에는 그래서 귀의 사마귀가 그대로 남아있다. 아마 2007년쯤에 없앤듯하다.


"내성발톱" 이라는 증상이 있다.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증상으로 보통 엄지발가락에 많이 난다. 발톱을 일자로 가지런하게 자르면 낫기도 하지만 보통은 치료를 받아야 하고, 또한 자주 재발하기도 하는 참으로 괴로운 병이다.

발톱이 파고들면 일단 엄지발가락이 퉁퉁 붓고, 누가 툭 건드리면 상당히 많이 아프며, 피고름-_-이 나오곤 한다. 최고로 곤란한 경우는 길을 가다가 보도블록에 발이 걸렸을 경우. 피눈물이 나며 아마 실제로 발가락에서도 피가 난다. -_- 이 내성발톱이라는 증상이 발톱을 잘 깎으면 또 사라진다. 그러다 또 발톱을 잘못 깎으면 또 재발한다.

내 기억으로는 이 증상이 시작된건 2001년쯤이다. 처음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게 그때고, 또한 그 처음 다니는 회사로 출근하다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발가락을 부딪혀서 엄청 아파했던 기억이 생생한걸보니 말이다.

2001년부터 아팠던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몇년이나 묵혀두다 2005년쯤 수술로 치료했다. 엄지발가락을 마취하고 발톱 끝부분을 잘라내고 레이저로 발톱뿌리를 조금 지져서 끝부분에 발톱이 안 나게 하는 수술이었는데, 수술 자체가 아프기보다는 엄지발가락을 마취하는 작업이 무지 아프다.  수술을 했던건 여름이었는데 엄지발가락에 붕대를 감고 슬리퍼를 끌고 구로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왔던 기억이 난다. 집에 오는 길에 마취가 슬슬 풀리며 통증이 톡톡 나타나는 느낌이 생생하다.

이걸로 내성발톱 스토리가 끝나면 좋을텐데 그 이후로 왼쪽발에도 내성발톱이 나타났다. 무식하고 징한 나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다 나을거라 믿으며 걍 냅뒀다. 그러다 오늘 2011년을 맞이한 기념으로 동네 피부과에 가서 왼발을 치료했다.

처음에는 예전처럼 가볍게 치료를 할거라 생각했는데 왼발은 예전 오른발보다 상태가 안 좋아서 발톱을 몽땅 뽑아야 했다. 어흑. 말만 들어서 섬뜩하다. 나는 마취가 잘 안되는 체질인건지, 아니면 의사가 마취를 대충 한건지 수술을 하난 15분여동안 끝없는 고통에 시달려야했다. 수술이 다 끝나니 이마에 살짝 땀이 맺혀있을정도. 어흑. 아무튼 그래서 지금도 엄지발가락에 붕대를 동여매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정도는 병원을 들러야 나의 이 10년의 고통이 끝난다.


벌써 10년이다. 이 바보같은 상처를 고치지 않고 짋어지고 살았던 시간이.
그리고 생각해보니 벌써 10년이다. 그대를 만난 것도. 아유 생생해라.

벌써 10년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다 예전 사진을 뒤적이다 맘에 드는 사진 한장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