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건드리는 몇가지

2020. 10. 28. 14:46daily

2018. 10. 경주

 

심플하고 무던하고 덤덤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런 나를 자극시켜 감정을 흔들어 뭔가 글을 끄적거리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최근에는 공교롭게도 그런 몇가지 요소들이 동시에 나타났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의 사용기&팁 게시판에 암투병중인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난 후 느낀 점을 연재 형식으로 덤덤하게 적어내려간 글이 올라왔다. 덤덤할 수 없는 사건을 그렇게 덤덤하고 꼼꼼하게 적어놓아서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건 2008년. 내가 29살이었다. 엄마는 2014년. 내가 35살이었다.  두번의 암투병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그 경험이 게시글에 그대로 녹아 있어서 안쓰럽고, 또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그 기억에 맘에 편치 않았다.

 

그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미쳐 기록하지 못했던 수많은 사건이나 상황들을 너무 생생하게 적어놔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 안그래도 지난 주말이 어무이 제사라 오랫만에 어무이 사진도 꺼내보면서 예전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히네.


또 어느새 마왕이 떠난지도 6년이다. 라디오에서, 티비에서,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면 그때가 온거겠지. 기념으로 플레이리스트에 신해철과 넥스트의 곡을 잔뜩 넣고 무한반복하며 그를 기리고 있다.

 

이제 40대인데도 여전히 마음은 넥스트와 신해철 테이프를 10개 가방에 넣고 학교로 자전거 타고 가던 고등학교 시절에 머물러 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넥스트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했다.

 


최근에는 수도자같은 삶을 산다.

 

자전거 타고 출근하고 종일 교실에서 혼자 유유자적 지내다 자전거 타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과 놀고 뒹굴거리다 씻고 잠드는. 그 와중에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싹같은 아드님과 따님의 변화만 어렴풋하게 느끼는. 

 

뭔가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 양념처럼 조금씩 조금씩 시간이 스며드는 평화로운 시간.

 

불만은 없고 만족스럽다. 다만 너무 평화로운 나머지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고 두근거리는 순간이 평평한 종이처럼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가끔 한다.

 

그래서 이렇게 또 1년만에 티스토리에 로그인해서 휴면계정을 해제하고 간만에 스킨도 변경하고 이참에 글까지 써본다. 

 

다음에 또 봅시다. 건강하게. 꼭.